한국환경연구원에서 순환경제를 위한 제품 ‘수리권’ 이행전략 수립 연구 보고서가 발간되었습니다. (2025년 10월) 수리상점 곰손에서도 민간 리페어 카페로서 인터뷰에 참여하고 수리권 활성화를 위해 제안드렸는데요. 가장 최신의 따끈따끈한 수리권 해외 사례와 국내 상황, 앞으로 수리권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있는 보고서를 공유합니다. 연구와 인터뷰를 수행하신 조지혜 책임연구원 님꼐 감사드립니다.
목차
수리권의 의미 (수리할 권리, Right to Repair)
① 수리 보증을 장기간 요청할 수 있는 권리,
② 수리 방식 및 업체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
③ 수리에 필요한 부품, 장비 등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
④ 수리가 용이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 등
수리권은 환경 보호, 공정한 시장 경쟁 촉진, 소비자 권익 강화라는 3가지 주요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정책적 의의를 가진다.
첫째, 환경적 측면에서는 제품의 수명을 연장함으로써 폐기물의 발생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원의 불필요한 낭비를 방지하고 자원순환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둘째, 공정한 시장 경쟁의 측면에서는 다양한 수리 업체의 시장 진입이 가능해짐에 따라 보다 경쟁적인 수리 서비스 시장을 조성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수리 서비스의 품질 향상과 비용 절감으로 이어져 시장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 권익 보호의 측면에서는, 소비자가 불필요한 신제품 구매를 피하고 기존 제품의 수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경제적 부담을 줄일 뿐만 아니라, 수리에 대한 실질적인 선택권과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다.
‘수리권’ 관련 정책
① 수리를 장려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전용 정책
② 수리용이성 지수 관련 정책 : 예) 프랑스의 ‘수리가능성 지수’ 제도
③ 수리권을 유도하는 정책 :
수리권 유도 정책은 주로 소비자보호법과 지식재산권을 개정하는 방식 등을 통해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수리 활동에 대한 부가가치세(VAT) 감면을 통해 수리권을 활성화해 나가고 있다.
벨기에,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의 국가들이 해당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부가가치세 (VAT)를 감면하는 국가의 경우 주로 의류, 자전거, 신발, 섬유 등의 제품에 주로 적용하고 있으며, 감면 세율은 작게는 5%, 많게는 13.5%로 다양하다.
이와 더불어, 수리 바우처는 도시, 주 또는 국가 차원에서 도입한 재정적 인센티브로, 시민들이 고장 나거나 손상된 물품을 수리하여 더 오래 사용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는 일반적으로 수리 서비스에 대한 재정 지원 또는 할인을 제공하며, 직접 보조금, 할인 쿠폰 또는 바우처의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국외 주요국별 제품 ‘수리권’ 정책 추진현황
유럽연합
1) 2024년 6월 ‘제품의 수리를 촉진하기 위한 공통 규칙 지침(Directive on Repair of Goods)’을 최종 채택하고 7월 30일에 발효
2) 2024년 7월 순환경제의 핵심축이 되는 “지속가능한 제품 설계를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 (ESPR: Ecodesign for Sustainable Product Regulation)” 발효
3) 2023년 8월 스마트폰 및 태블릿을 대상으로 한 에코디자인 및 에너지 라벨링 규정 게재, 2025년 6월까지 해당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고 수리가 용이하도록 설계하며, 특히 배터리 내구성 확보
4) ‘녹색전환을 위한 소비자 권한 강화 지침(Directive (EU) 2024/825)’과의 연계를 통해 제품의 수리가능성 정보를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제공
미국
2023년 2월 9일, 미국 연방 하원 H.R. 906인 「자동차 산업 수리법」 발의
공정수리법 등 각 주마다 상이
프랑스
수리가능성 지수(Repairability Index) 라벨링과 제품의 환경 성능(eco-performance)에 따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분담금에 할증(pénalité) 또는 할인(bonus)을 적용
독일
수리 보너스는 도시, 주 또는 국가가 제정한 재정적 인센티브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제품이 고장 났을 때 새로 구매하지 않고 수리하도록 장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튀링겐주 수리 보너스를 들 수 있다. 튀링겐주에서는 수리 청구 비용의 50%를 지원하며, 최대 100유로까지 보조한다.
국내 수리권 관련 제도
1)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은 「자원순환기본법」을 전면 개정한 것으로, 생산-유통-소비 등 제품의 전 과정에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폐기물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며, 발생된 폐기물의 순환이용을 촉진하여 지속가능한 순환경제를 만드는 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법률에서는 제품의 순환이용 활성화를 위한 준수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권고적 성격으로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다.
2) 소비자기본법 시행령
제품 수리권과 관련하여 소비자와 제조사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수리 문제 및 예비부품 보유와 관련된 사항을 「소비자기본법 시행령」 제8조(소비자분쟁해결기준) 제3항에서 규정 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품질보증기간 동안 수리·교환·환급에 드는 비용, 수리 이후 재고장 발생 등의 이슈와 관련된 세부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3) 전자제품등자원순환법
향후 제품 수리권 제도를 도입하여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유관 제도로 활용할 수 있으며, 환경성보장제 내 수리용이성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4) 탄소중립기본법
향후 제품의 수리 활동으로 인한 자원 절약 및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소비자에게 제시함으로써 수리권 제도와의 연계를 도모할 수 있다.
5) 전기·전자제품 재질·구조개선 평가제도
‘전기·전자제품 재질·구조개선 평가제도’는 전기·전자제품의 자원순환을 용이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제품의 재질·구조에 관한 개선 사항 및 활동을 기업이 스스로 평가하여 자원순환 활동을 장려하는 제도이다.
6) 자원효율등급제(도입 예정)
제품별로 내구성, 수리용이성, 재활용 용이성, 재생원료 사용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자원 효율성을 평가 및 공개하는 제도로, 소비자 인식 제고 및 자원 효율성이 높은 제품 생산·소비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국내 산업계의 이중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EU 에코디자인 규정, 프랑스 수리가능성 지수 등의 국외 제도와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국내 수리권 이행 가이드라인
가. 수리 시 주의사항 및 안전에 관한 정보 제공
나. 수리 정보 공개 및 예비부품 가용성 제고
다. 제조업자의 면책 규정 등 기타 제도적 요소
첫째, 제품별 수리용이성 정보를 소비자가 사전에 인지하여 녹색 소비로의 전환을 유도할 수 있도록 ‘수리용이성 등급제(가칭)’를 검토할 수 있다. 이는 향후 도입할 ‘K-에코디자인’ 또는 ‘자원효율등급제’와도 긴밀하게 연계될 수 있다.
둘째, 독립 수리업자 또는 소비자가 수리한 제품에서 고장 및 손해가 발생하였을 때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제품 수리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해 제조업자나 수입업자가 책임을 전적으로 부담하기 어렵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정 조건 하에서 제조사의 수리 책임을 면책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수리 정보 제공이 기업의 영업비밀, 특허 및 지식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수리 정보의 공개 범위, 보안 수준과 관련된 법적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넷째, 최근 소프트웨어 장치를 통해 특정 부품이 아니면 인식하지 않거나 기능이 제한되도록 전자제품을 설계하는 경우가 일부 있다. 이를 ‘부품 페어링’이라고 하며, 이러한 기술은 소유자 및 독립 수리업자가 타 부품을 사용해 수리하거나 중고 부품을 재사용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제품 수리권 이행 가이드라인(안)
보고서 73-76쪽 참고
무선 청소기의 수리에 따른 탄소배출량, 자원 소비량 비교
수리 용이성을 향상시킬 경우 탄소배출 측면에서는 최대 약 29.3% 저감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자원고갈 측면에서는 21.1%의 저감 효과과 있음
제품 ‘수리권’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 및 로드맵 제시
1. 산업계 및 소비자 대상 인센티브 기반 지원방안 마련
가. 수리용이성 우수 제품 및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첫째, 수리용이성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R&D) 및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의 녹색경제활동 범위에 ‘수리용이성’ 항목을 추 가할 필요가 있다. 수리가 용이한 제품을 설계하고 수리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서는 공정 개선 등에 필요한 정책자금 및 녹색금융의 지원이 중요하다. 앞으로는 재활용뿐만 아니라 수리가 용이한 제품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여 해당 기업 활동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셋째, 수리용이성 우수 제품에 대해서는 환경표지 인증 등의 친환경 인증제도와 연계함으로써, 소비자에게 관련 정보를 명확히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정부 및 공공기관이 조달하는 제품에 대해서도 수리용이성 등급이 일정 이상인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하거나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넷째, ESG 평가체계에 수리 관련 실적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ESG 경영이 중요해지면서 스코프 3(Scope 3) 공시 의무 및 공급망 실사 등 관련 순환경제와 연계한 글로벌 제품환경 규제 또한 강화되고 있다.
나. 독립 수리업체에 대한 지원
수리 시장의 공정 경쟁 및 소비자의 수리 접근성 제고를 위해서는 예비부품의 원활한 공급 체계 구축과 표준화된 수리 매뉴얼의 확보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제조업자와 독립 수리 업자가 함께 참여하고, 상호 운영이 가능한 공동 대응 기구(가칭)를 마련하여 예비부품 공급 절차 및 수리 매뉴얼 공유 방식 등을 논의하기 위한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예비부품 유통 및 기술정보 공유를 위한 ‘수리 정보 플랫폼(가칭)’을 마련하여 독립 수리업체가 해당 부품 가용성 및 정보 접근성을 높여 나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가전제품이나 정보통신기기와 같이 수리 수요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표준화된 수리 매뉴얼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표준 수리 절차, 안전기준, 필수 도구 등의 정보가 포함될 수 있으며, 이를 온라인 형태로 제공함으로써 독립 수리업체가 해당 정보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독립 수리업자가 정품이 아닌 호환부품 등을 사용하여 수리할 경우 해당 제품은 최초 인증을 받을 당시의 규격과 달라지게 되어 법적 안전인증을 위반할 소지가 생긴다. 이러한 법적·구조적 한계는 독립 수리업자의 수리 부품 선택권을 제한하고, 수리 자체를 사실상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신제품 제조 단계 인증체계와는 별도로 ‘수리 후 제품 안전인증 기준’을 신설하여 법적 명확성을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
다. 소비자 대상 자가수리 및 수리비 절감 지원 방안
VAT 감면은 수리 비용 자체를 낮춤으로써 소비자로 하여금 새 제품 구매 대신 수리를 선택하도록 하는 가장 직접적인 경제적 유인책이 될 수 있다. 또한 수리 활동은 탄소 배출량 감축에 기여하므로, 수리 또는 리퍼비시 제품 이용에 대해 탄소중립 포인트와 연계한 마일리지 적립 등을 통한 경제적 인센티브도 고려할 수 있다.
2. 에코모듈레이션(Eco-Modulation)을 통한 지속가능한 제품 설계와 수리권의 연계 강화방안
기존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는 폐기물 관리비용 부담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으나, 이제는 순환경제 실현의 전략적 도구로 재정의되고 있다. 특히, 에코모듈레이션(Eco-Modulation) 은 전통적인 EPR과는 달리 환경 성능에 따라 분담금을 조정하는 제도이다. 현재 프랑스 에서는 에코모듈레이션을 운영한다. 수리용이성 등 제품의 순환성을 반영한 에코모듈레이션을 기존의 EPR 제도와 연계함으로써, 기업의 친환경 설계를 유도하는 동시에 소비자의 수리권을 보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제품등의 순환이용성 평가제도’ 및 ‘전기· 전자제품의 재질·구조개선지침’의 평가지표에 ‘수리용이성’ 항목을 신설할 필요가 있으며, 「전자제품등자원순환법」 제10조에 근거하여 검증체계를 개선함으로써 두 제도 간 연계성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또한 현행의 재활용 중심에서 수리용이성, 재생원료 사용 등의 순환경제 핵심요소을 포함하여 ‘지속가능한 제품 설계(K-에코디자인)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3. 지역 단위의 리페어 카페 등 수리 문화 확산전략
수리 문화를 생활 속에 정착시키고, 수리 교육 및 기술 공유의 핵심 거점으로 지역 기반 ‘리페어 카페(Repair Café)’의 역할이 중요하다. 리페어 카페는 지역 주민이 고장 난 생활가전, 소형 전자기기, 가구 등을 지참하여 자발적으로 수리 활동에 참여하고, 전문 자원봉사자나 수리 전문가로부터 기술적 도움을 받는 비영리 기반의 지역 커뮤니티 중심 수리 공간이다. 이는 단순히 물품을 고치는 것을 넘어 공동체 활동을 통해 순환경제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4. 제품 수리용이성 향상을 위한 ‘디지털 수리 이력시스템’ 구축 기반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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