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구역에서 일회용품이 완전히 사라졌다. 관람객들은 다회용기에 담긴 음식을 받아 식사한 뒤 지정 공간에 반납했다. 탄소배출을 줄이려 모든 식당이 비건피자와 같은 채식 메뉴를 구비했다는 축제 관계자 설명도 신선했다. 안내책자에도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 인증 친환경 종이로 제작됐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박씨는 “축제장 곳곳에 설치된 쓰레기통이 거의 텅 비어 있었다. 온갖 축제를 다녀봤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했다.
재단은 먼저 축제장을 종이컵과 플라스틱 컵, 빨대 등 일회용품이 없는 친환경 구역으로 만들었다. 무대도 새로 설치하지 않고 원래 있던 공간을 그대로 활용했으며 경관조명과 불꽃도 이전 축제보다 크게 줄였다. 축제 홍보 안내판은 폐목재를 재활용했고, 펼침막은 ‘새활용’(upcycle·재활용품에 디자인이나 활용도를 더해 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했다.
공연과 전시, 체험 행사도 친환경에 초점을 맞췄다. ‘다 함께 막거나, 다 같이 죽거나’ 등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담은 작품을 무대에 올렸고, 가로수 가지치기 뒤 버려진 잔가지를 활용한 설치미술 작품도 만들었다. 경기도 업사이클플라자와 협업해 우유팩과 플라스틱 쓰레기, 자투리 가죽 등을 새활용하는 체험 행사도 마련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이번 축제에 배출된 종량제·음식물 쓰레기는 2019년에 견줘 1만1500ℓ나 줄었다. 탄소감축량으로 환산하면 897.44㎏CO₂e다. 박수정 수원문화재단 예술창작팀 대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일회용품 사용 금지 등 불편함을 전면에 내세웠는데도 목표(18만명)를 넘어선 19만명이 축제장을 찾았다. ‘흥행과 환경’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뿌듯해했다.
의정부문화재단은 예술감독 1인 체제에서 벗어나 ‘환경예술감독’과 ‘지속가능성감독’까지 위촉하는 등 준비 단계부터 환경에 신경을 썼다. 안내책자를 예년에 견줘 절반만 만들고, 펼침막 등 옥외 광고물도 사탕수수로 만든 직물을 사용했다. 축제를 일주일 앞둔 6월3일에는 모든 직원이 참여해 친환경 실천 선언식도 했다.
공연도 색달랐다. 개막 공연은 국내 1호 환경퍼포먼스 그룹으로 꼽히는 ‘유상통프로젝트’와 폐품 재활용 악기를 쓰는 ‘시민 정크오케스트라’가 맡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해양쓰레기 증가를 무중력 퍼포먼스로 표현한 작품 등이 뒤이어 무대에 올랐다. 손경식 의정부문화재단 대표는 “즐기는 축제에 그쳐선 안 된다. 환경에 피해를 덜 주면서도 마음껏 즐기는,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축제 모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에서 열린 ‘비빔밥축제’는 비빔밥을 뻥튀기 그릇에 담아 나눠줘 주목을 받았다. 참가자들이 비빔밥을 먹은 뒤 뻥튀기 그릇을 후식 삼아 먹게 돼 예전처럼 일회용기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았다. 김성군 전주시 관광산업과장은 “쓰레기를 아예 만들지 말자는 ‘제로 웨이스트’를 지역 음식축제에 접목해봤다. 작은 분야에서부터 동참하자는 의미로 시행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뻥튀기로 인해 과거 향수도 느끼고 쓰레기도 줄일 수 있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