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병’이 도지는 일요일 자정, 침대에 누우면 어김없이 들리는 소리. 누구보다 빨리, 이미 내일의 출근을 해버린 사람들의 소리가 조용한 골목길을 덮는다. 대형 트럭의 하차 소리, 짐을 옮기는 소리, 합을 맞추기 위해 기합을 넣는 소리 말이다. 청소노동자가 야밤에 우리의 쓰레기를 치운다. 다음날 출근할 때에는 산처럼 쌓인 쓰레기 더미가 말끔히 치워져 있다. 당신들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작년 말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카판노리에 다녀왔다. 우리 마을뿐 아니라 다른 어디에도 소각장은 안 된다는 마음으로 20년 전 ‘쓰레기 제로 마을’로 전환한 곳이다.
우유를 자기 용기에 리필하는 우유 ATM, 1년 동안 배출한 쓰레기양을 기록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쓰레기 제로 가족’ 프로그램, 천 기저귀에 붙는 지자체 보조금, 한 장에 만원이나 하는 종량제 봉투…. 유럽 최초의 쓰레기 제로 마을인 카판노리시는 재활용률 90% 이상을 달성하며 소각장을 짓지 않고도 쓰레기 문제를 해결한 선례를 보여준다.
그런데 어떤 정책이 가장 인상적이냐는 질문에 의외의 장면이 떠올랐다. ‘밀라노 패션’으로 출근하는 사람들 사이로 유유히 돌아다니던 청소 트럭과 아담한 쓰레기 봉투였다. 청소차는 햇빛에 반짝였고 쓰레기봉투는 적당해 보였다. 이탈리아엔 70ℓ가 넘는 쓰레기봉투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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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사람들의 힘으로 다정한 제도를 만들면 좋겠다. 계산대 노동자를 위한 의자 캠페인 청소노동자를 위한 샤워실 설치 국민청원, 쓰레기봉투 크기를 제한하자는 주민의 목소리. 힘없는 사람들의 쫀쫀한 연대가 퍽퍽한 현실을 바꿔낼 수 있다. 존 버거의 말처럼 천국에는 연대가 필요 없어요, 연대는 지옥에서나 필요할 뿐.
100ℓ 봉투를 금지한 지자체는 광주 광산구와 동구, 부산 해운대구, 경기 성남·용인·고양·부천시다. 당신은 어디 살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