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유행하면서 한동안 쓰레기 관련 책들이 많이 나왔다. 그중에서 비교적 요 근래에 나온 쓰레기 책을 딱 두 책만 뽑자면 국내서로는 <<플라스틱 게임>>, 해외서로는 <<웨이스트 랜드>>를 추천한다. 순전히 개인 취향이고 근래 나온 쓰레기 책을 열라 찾아서 읽어보지도 않았으니 신뢰하지 않아도 할 말 없음… 이의 있음 벌써 수용했습니다요. -_-
<<플라스틱 게임>>은 한국일보 기자님들이 제로웨이스트 실험실에서 충실히 실험하고 자료 찾은 것들이 엑기스로 녹아 있다. 읽는 족족 DMZ에 묻혀 있는 지뢰들처럼 플라스틱 어택 거리가 펑펑 터진다. 쓰레기 덕후, 변화를 모색하는 활동가라면 같이 읽고 스터디하면서 어택의 우선순위들을 좌르륵 나열하고 전략을 짜도 좋을 손자병법 같은 책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제가 추천사 썼고요. ㅋㅋ)
책이 너무 진지해서인가, 알맹상점 책 이벤트에서는 다른 책에 비해 반응도가 떨어졌는데 그래서 나는 이런 책은 인스타가 아니라 트위터 취향이라고 (그래봤자겠지만) 고민했더랬다. 암튼 나는 이 책을 너무 잘 봤고 많은 쓰레기 덕후들에게 가닿기를 원한다.
<<웨이스트 랜드>>는 참으로 공감하며 가슴을 쥐어 뜯으며 읽은 책이다. 많이, 깊게 알아서 회색분자가 되어 버린 작가의 결론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지만 어쩌고 저쩌고 해서 비극적이고도 복잡다단한 현실에 열라 공감했다.
“오늘날 고형 폐기물 산업은 지구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5퍼센트를 차지하며, 이는 전체 해운업과 항공업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양이다. … 현재식 쓰레기 매립장은 누출을 막기 위해 두꺼운 토대와 플라스틱 장벽 등으로 꽁꽁 감싸져 있지만, 그로 인해 쓰레기가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못해서 그 내용물이 유독한 관짝에 갇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의미도 된다.” 19쪽
위생 매립지로 건립된 수도권매립지공사가 난감한 시츄에이션의 난지도 오픈 매립지에 대해 훨씬 낫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위생매립지라는 관짝에 갇혀 잘 썩지 않고 그대로 산이 되어 남아버리는 현실까지 짚어낸다. 그럼 위생 매립지 하지 말라고? 그건 아니고요. 그래서 이 책이 저널리스트가 써서 문장이 명쾌한대도 만연체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사유가 길다.
제로웨이스트 소비문화에 대한 뼈 때리는 성찰도 새겨들어야 한다. 까다롭거나 비싼 물건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일회용품을 대체하는 ‘다이소’가 되는 동시에 소비 자체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제로웨이스트 샵은 살아남을 것인가, 개인적 책임감을 강조하면서 구조적 변화는 안 보이게 하는 틈새 시장형 브랜드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제로웨이스트 샵을 운영해야 할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즈니스로 살아남되 근본적인 소비 반대 목소리, 다른 환경 이슈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사회 운동의 장을 어떻게 짤 것인가…. 아놔 가게 유지도 힘든데 임무도 막중해 ㅋㅋㅋ
“(제로웨이스트 샵 관련) 그러나 쓰레기 문화의 해결책이 계속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을 더 까다롭게 만든다면, 틈새시장 이상을 벗어나기 어려울 듯하다. 429쪽
자신의 수익성을 해치는 법률 제정에 반대하느라 재활용과 개인적인 책임감을 강조하는 기업들처럼, 새로운 제로 웨이스트 운동 역시 주객이 전도되어 끌려다닐 위험이 있다. 정책적 목표라기보다는, 재사용 가능한 컵을 팔고,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운동화를 팔려고 브랜드를 구축하는 활동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430쪽
하지만 이런 사유를 던져주는 책이라니… 이 책을 읽는 동안 현실이 고통스러워 힘들었지만 이렇게 한국어 판으로 나와주사 감사하다고 넙죽 절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유해 폐기물, 핵발전소에 나온 핵 폐기물까지 쓰레기가 가는 모든 곳을 종류별로 싸악 훑고 깊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책.
인스타용 몬스테라와 떡갈잎 고무나무를 키우기 위해 탄소저장된 이탄지 흙을 파헤친다는 사실, 소변 재활용 건물(피사이클링), 퇴비왕 존, 이삭줍기 캠페인 등 모르는 것도 열라 많이 나와서 배우고 영감을 받은 책, 내용이 궁금하다면 직접 읽어보시길!
7.18(목) 쓰레기 투어 때 책 나눔해서 쓰레기가 되지 않게 값지게 순환시킬 예정:)
출판사로부터 알맹상점을 통해 책을 기부 받아 읽고 남기는 서평이지만 100% 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