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지금 여기서 구리를 캐내는 의미, 페루 민중과 연대하는 일

알맹상점의 블로그 글을 퍼왔습니다. 고장난 전선 한 줄에서 구리를 재활용하는 일의 의미를 알 수 있어요.

알맹상점에서는 고장난 멀티탭이나 충전선, 유선 이어폰을 모아 서울시 도시광산 SR 센터에 보냅니다. 택배비가 나오니까 한 박스에 꽉꽉 채워서 바리바리 싸서 보냅니다.

1인용 소형 가전제품이 많아지면서 고장나거나 쓰지 않는 전선도 많아지고 있어요. 현재 가정용 전선을 따로 분리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이 전선들은 종량제 봉투에 버려집니다. 결국 소각되고 매립되죠.

하지만 전선이나 배터리 안에는 중금속이 들어있어 잘 모으고 잘 해체하면 이 중금속을 재활용할 수 있을 뿐더러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중금속 오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마지막 처리가 유해한 의약품, 페인트, 산업 폐기물은 따로 관리가 필요합니다. 중금속이 포함된 전선도 그 중 하나에요.

여기까지는 모두 아실 거에요. 그러니까 귀찮고 힘들어도 고장난 전선을 저희 알맹상점으로 싸들고 와주시잖아요. (늘 감사드려요!) 그런데 오늘 페이스북 ‘이송희일’ 감독님 글을 통해 저 멀리 남미의 페루와 볼리비아의 민중 봉기와 전선이 길게 이어져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페루에서 현재 최소 50명이 사망한 최악의 유혈 상태에 우리의 전선도 전원을 꽂고 있더라고요. ㅠㅜㅠㅜ 다소 길지만 이송희일 감독님 글을 전체 인용합니다.

우리는 저 지구 반대쪽에서 일어나는 소요가 전혀 별개의 사건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저곳에서 채굴되는 구리는 한국에도 사용된다. 단지 알고 싶지 않고, 혹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북반구 중심의 채굴자본주의라는 게 이렇게 파괴적이다.

우리가 전선을 모아모아 차곡차곡 도시광산에 보내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우리가 쉽게 취하고 쉽게 버리는 물건들에는 우리 곁의, 혹은 저 멀리 누군가의 피, 땀, 눈물이 서려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어떨까요. 저 멀리에서 구리를 캐오지 않고 이미 사용된 구리가 계속 사용되도록 만드는 자원순환이 바로 가난한 광산 노동자를 위한 연대요, 평화임을 깨닫습니다.

페루 시위에서 사망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또한 페루를 비롯해 남미에 민주주의가 자리잡기를 기원합니다.

글 본문

“페루에서의 시위가 계속 격렬해지고 있다. 현재까지 최소 50명이 사망했고, 수백 명이 부상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카스티요 대통령 탄핵. 하지만 국내 언론들이 생각하듯 그렇게 간단한 이유가 아니다.

가난한 시골 교사 출신의 좌파 대통령 카스티요는 취임한 지 2년도 안 되는데, 그 동안 세 번에 걸쳐 국회에 의한 탄핵 시도가 있었다. 불안해진 카스티요가 탄핵당할까봐 성급하게 의회해산과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는데 그게 자충수였다. 의회에 빌미를 줬기 때문이다. 곧바로 탄핵되고 체포됐다. 뒤이어 부통령이 바로 대통령 바톤을 이어 받았다.

하지만 카스티요 탄핵에 곧바로 라틴 아메리카 좌파 국가들이 반응했다. 멕시코, 콜롬비아, 볼리비아 등이 ‘탄핵이 아니라 쿠데타’라고 주장하며, 카스티요와의 연대를 표명했다. 카스티요 지지자들도 들고 일어났다. 주로 페루 남부의 가난한 농촌과 시골 지역, 원주민들이다. 점점 시위가 커지고 격렬해지고 있다. 페루 역사상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유혈 사태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다.

….

지금 현재 시위 과정에서 압도적으로 사망자와 부상자가 나오는 지역은 남부다.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시위가 더 격화돼 있다. 바로 ‘구리’광산이 있는 곳들이다.

페루엔 구리 광산이 1천 개가 훌쩍 넘는다. 칠레에 이어 두 번째로 구리가 가장 많이 매장되어 있다. 그렇지만 중국 기업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이 빨대를 대고 이곳에서 구리 자원을 채굴하고 있다. 지난 시기 페루의 남부는 원주민과 가난한 농민들의 광산 시위로 들끓었다. 자원의 재분배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오로지 환경적 피해만 받는다는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광산 시위, 도로 점거 등 여러 형태의 시위가 번지고 있던 터였다.

가난한 시골 교사 출신의 카스티요가 단번에 전국구 스타가 돼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건 광산 문제를 우선했기 때문이다. 채굴의 이익을 재분배하고 원주민들이 받는 환경적 피해를 줄일 거라고 약속했고, 그에 화답해 남부 시골 지역의 가난한 인민들이 카스티요 등을 대통령궁으로 떠민 것이다. 구리 산업을 국유화하거나 사회적으로 통제할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칠레의 현 대통령 가브리엘 보리치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우선시한 공약이 구리와 리튬 등 자원의 재분배과 채굴의 통제였다.

북반구 보수 언론들은 이를 ‘채굴의 민족주의화’라고 하는데, 헛소리다. 디지털과 그린 전환 명목으로 북반구가 희토류와 금속 자원이 몰려져 있는 남미에서 채굴을 가속화했고, 이에 대한 외부화 효과로 남미 원주민과 민중들의 분노가 내내 들끓었다. 제2의 핑크타이드라 칭해지는 남미에서의 좌파 물결, 특히 안데스 지역 좌파 물결의 가장 큰 동력 중 하나가 바로 이 채굴 문제다.

리튬 때문에 쿠데타가 일어나 모랄레스가 볼리비아에서 쫓겨난 상황에서 쿠데타 세력을 쫓아내고 재선거를 통해 다시 모랄레스를 귀환시킨 건 1년 내내 길거리에서 싸운 원주민과 광산 노동자였다. 칠레의 가브리엘 보리치가 리튬 광산의 국유화를 선거 공약으로 들고 나왔을 때 캐나다와 미국의 보수언론과 광산 자본들은 칠레가 망할 거라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었다.

지금 현재 가난한 페루 남쪽의 원주민, 농민, 광산 노동자들이 저렇게 죽음을 불사한 싸움을 전개하는 이유는 불평등한 세계에 대한 분노다. 카스티요 인기가 떨어진 것도 처음엔 구리 산업을 통제할 것처럼 했다가 막상 대통령이 되면서 어정쩡하게 산업 친화적인 태도를 취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카스티요는 부의 재분배에 대한 약속을 붙잡고 있긴 했었다.

우리는 저 지구 반대쪽에서 일어나는 소요가 전혀 별개의 사건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저곳에서 채굴되는 구리는 한국에도 사용된다. 단지 알고 싶지 않고, 혹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북반구 중심의 채굴자본주의라는 게 이렇게 파괴적이다.”

이미지 출처 https://www.dw.com/en/peru-protests-access-to-machu-picchu-blocked/g-64470168

이미지 출처 https://localtoday.news/us/peru-protests-erupt-as-thousands-of-police-are-deployed-to-guard-the-capital-275108.html

#커뮤니티회수센터 #구리 #채굴자본주의 #알맹상점 #자원순환 #쓰레기 #페루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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