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선별원 노동안전 실태조사 : 내가 버린 쓰레기는 어떻게 재활용될까

여성환경연대의 재활용 선별원 노동안전 실태조사가 경향신문 단독으로 두 꼭지 기사로 발행되었다. 쓰레기, 노동, 여성 세 가지 교차점을 잘 짚어낸 내용으로 교과서에 실려야 하는 기사 아닌가 싶다. 정말 좋은 기사로 꼭 읽어보시길!

‘플라스틱 전쟁’ 최전선의 여성 노동자들…“이대론 안 된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280900001

원 순환 여성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제도·인식 변화 캠페인을 진행하는 시민단체 여성환경연대와 함께 2024년 9~11월 전국의 재활용 선별장 네 곳의 노동자 12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재활용 선별장은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을 분류하는 곳이다.

재활용 쓰레기를 매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플라스틱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노동자들은 “이대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저 버리면 끝’식의 쓰레기에 대한 태도는 노동자들이 재활용품을 골라내기 어렵게 만들고 환경 보호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해당 노동자들은 대부분 가정주부로 육아를 하다 뒤늦게 일자리를 구한 50~60대 여성들이다. 플라스틱 문제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이들의 말과 노동실태를 통해 짚어봤다.

남편 없이 생계를 혼자 책임지는 B씨(59)는 “먹고살아야 하니까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중년 여성이 일을 구할 땐 ‘나이’부터 걸림돌로 작용한다. B씨의 말이다. “식당에 가는 것도 이 나이에는 안 받아주거든요. 손에 맞는 게 이거고, 해봤던 일이라 하는 거죠. 다른 일을 해보고 싶지만 가방끈이 짧아서 자신감도 없고…. 속상해서 어떨 때는 집어치우고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마땅히 생각한 데가 없으니까. 더럽고 치사해도 먹고살려니 어쩌겠어요.”

씨(54)는 “(재활용 선별장에서 일한) 10년간 주변에 오픈을 안 했다. 그냥 직장 다닌다고만 했다”며 “필요한 시설이지만 솔직히 ‘나도 이 일을 하고 싶어’ 하겠느냐”고 했다. 그의 말이다. “(재활용 선별장 노동자들은) 여기가 마지막 직장인 사람들이죠. 일하는 환경이 너무 열악한데 페이(급여)까지 적다 보니 더 기피하게 되는, 3D 업종의 최고봉이 아닐까 생각해요.”

시민들이 재활용품과 재활용품이 아닌 쓰레기를 함께 넣어 뭉텅이로 버리는 것은 선별 작업을 힘들게 한다. 뱀·개·고양이·쥐 사체부터 병원에서 쓰는 링거액, 주삿바늘, 생리대, 아기 기저귀 등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할 것들이 재활용 쓰레기로 버려진다. I씨(60)가 말했다. “쥐나 고양이는 참을 수 있는데 뱀은 참을 수 없잖아요. 하다가 ‘악’ 소리가 나요. 그러면 사람들이 놀라서 기계를 중단하죠. 그 후유증으로 우는 사람도 있고요. 무서워서 며칠 동안 그 비닐을 못 뜯는 사람도 있어요. 거기서 뱀이 나올까 봐. 제발 이런 것은 재활용 쓰레기에 보내지 말고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렸으면 하는데. 예전에는 한번 뱀술 병이 들어오는데 조그마한 뱀이 우글우글한 거예요. 잊히지 않아요.”

쓰레기의 절대적인 양이 늘어나면서 동시에 재활용품의 ‘질’은 더 떨어졌다는 게 노동자들의 말이다. 배달용기가 많아지면서 음식물을 용기째 버리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했다. 김치를 담은 스티로폼 상자, 음료가 남은 페트병같이 음식물이 묻어 오염된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어렵다.

I씨는 “예전에는 일회용품이 이렇게 많지 않아서 물건이 깨끗하고 종류가 적었다”며 “요새는 음식을 담는 플라스틱 통이 엄청 많다”고 했다. F씨는 “예전에는 음식물이 나와도 그냥 통에 담겨 나왔다면 지금은 배달용기에 담겨서 나온다”며 “그만큼 음식물이 담긴 배달용기가 많아진 것”이라고 했다.

J씨(62)는 “예전엔 고를 물건이 있었지만 지금은 정말 다 쓰레기”라고 했다. 테이프로 감긴 스티로폼 박스는 안에 무엇이 들었을지 몰라 ‘폭탄’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A씨는 “음식물을 그대로 버려서 여름에는 구더기가 엄청 많다”며 “예전엔 기겁했지만 너무 흔하게 나와서 지금은 별나다는 소리를 들을까 싶어 기겁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지구를 지키는 노동, 10명 중 9명이 ‘찔리고 베이고 다친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10211649021

재활용품 선별원 10명 중 9명은 근무 중 베이거나 찔리는 등 다친 경험이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은 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들의 안전기준만 담고 있어 선별 노동자를 위한 안전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여성환경연대가 지난 6~7월 재활용품 선별원 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노동안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93.2%는 ‘근무 중 베이거나 찔린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유리 조각에 찔린 비율이 44.2%로 가장 높았고, 주삿바늘 등 의료용품(24.2%), 플라스틱 조각(13.3%), 금속파편(11.5%)이 뒤를 이었다.

재활용품 선별원은 강제력 있는 안전기준이나, 근무여건을 파악할 수 있는 공적 실태조사도 없이 일하고 있다. 폐기물관리법 제14조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에 대한 안전기준을 담고 있지만, 운반 이후 진행되는 선별부터 소각·매립 등 과정에 대한 안전기준은 제시하지 않는다.

여성환경연대는 여성 노동자가 화학물질 노출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폐기물시설 노동자들의 성별을 분리한 기초 통계를 마련해야한다고 제언했다. 현재는 선별원들이 ‘단순노무직’으로 분류돼 폐기물 처리업 내 세부 통계가 없다.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여성건강팀 팀장은 “환경부에선 한국의 재활용률이 굉장히 높다고 강조하지만 실제로 컨베이어 벨트 앞에 종일 서서 재활용 쓰레기를 손으로 재분류하는 중장년 여성들의 노고는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며 “폐기물 처리 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산업재해에 대해 관계 부처가 책임을 피하지 않고 적극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뉴스] 내가 버린 쓰레기는 어떻게 재활용될까? 🤔


폐기물을 분류하는 재활용 선별원,

유령처럼 사회에서 지워진 여성노동자 👻

시민들이 분리배출한 재활용 쓰레기는 선별원의 수작업으로 재활용 가능/불가능 자원으로 선별됩니다.

그런데 선별원은 ‘단순 노무직’으로 분류돼, 폐기물 처리업 노동자를 다루는 통계에 잡히지 않습니다.


때문에 성비, 연령 등 기초적인 통계 산출조차 어려운 실정입니다. 

여성환경연대가 진행한 <재활용 선별원 노동안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선별원 중 여성의 비율은 94.8%에 달합니다. 

게다가 선별원 10명 중 9명은 업무중 찔리거나 베인적이 있다고 답한데 반해, 오염물 전용 집게 미지급휼은 85.7%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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