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말, 재활용 여부를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4단계로 알려주는 재활용 등급제가 시행되었다. 순진하게도 이 등급제만 따라하면 밥 아저씨처럼 “참 쉽지요” 할 줄 알았다. 마치 통신사 결합할인 신청만 하면 쉽다고 하지만 신청하려고 상담사와 연결되는 시간 동안 이미 지쳐버리는 것처럼, 재활용 등급제도 실제 효력이 생기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 같다.
이유인즉슨
등급제 표시를 안 해도 된다!
실제 재활용 등급제 표시가 코 뺴기도 안 보인다 했더니,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재외한 최우수, 우수, 보통 등급이 제품은 아예 표시 자체를 생략해도 오케이. 그런데 말입니다. 화장품 용기처럼 스프링에 펌프에 유백 유리 등의 이유로 재활용이 안 되는 제품도 재활용 어려움 대신 보통 등급을 받았다는 사실.
그래서 등급제 표시를 영 만나기 힘들고 등급이 안 써져 있으니 실제 재활용이 잘 되는 제품을 찾아 ‘돈쭐’을 내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모든 제품에 재활용 등급제 표시 팍팍 안 되겠니, 그렇게 하라고 생긴 제도 아니더냐.
기사 참고: 코스모닝 2020.2.19 재활용 최우수·우수·보통 포장재, 등급표시 안해도 OK!
재활용 어려움을 받아도 패널티가 낮으니 나 몰라라
제도 시행 5개월 후 결과가 공개되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전체 신청자 661건 중 ‘최우수’ 등급은 단 2건에 불과한 반면 ‘어려움’ 등급은 529건에 달했다. 우수 등급의 경우 111건이었고 보통은 19건이었다. 재활용이 어려운 ‘어려움’ 등급을 받는 업체가 80%를 차지한다. (feat. 아오 장난해)
하지만 기업에게는 걍 재활용 어려움을 받고 기존의 포장재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친환경 포장재로 바꾸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 패널티가 개미 콧구멍만큼 너무 낮기 때문이다. 기사에 따르면 실제 한 재활용 업체가 ‘어려움’ 등급을 받은 경우 기존 환경분담금인 ㎏당 141원(무색기준)에 30%를 더한 ㎏ 당 약 47원 가량만 추가로 부담하면 된다고. 그러니 재활용이고 뭐고 하던 대로 쓰레기를 만들어 내기로 한 것이다. 아니 이런 쓰레기 같은 패널티를 보았나. 가끔 길가에 씹던 껌만 버려도 대역죄 벌금을 매기는 싱가포르를 소환하고 싶어진다.
재활용 등급제 우습게 본 기업은 47원이 아니라 47억개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치우는 처벌이라도 받아야 할까. 그러면 재활용 최우수 80%는 이미 달성했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