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경연합과 쓰레기 박사 홍수열 님께서 보우하사 한솔제지 대전 공장에 다녀왔습니다. 쓰레기 여행은 언제 어디로 가도 새로 보는 것, 새로 느끼는 것 투성인 거 같아요. 저는 아프리카 케냐 나쿠루에 가서도 관광객들이 있는 야생동물 보호구역 대신 쓰레기매립지에 다녀왔는데요. ???????? 대전에서도 성심당 못 가보고 쓰레기 탐방에 매진 ???????????? (부추 소보로야 다음에 만나자)
휴게실에서 지퍼백에 호두과자도 사 먹었어요! 용기내 한다고 호두과자 더 주셨다능… (지퍼백 가져와주신 알맹상점 민경님, 간식 사주셔서 감사해요. 와구와구 천안호두과자입니다! 서울 돌아올 때는 이영자님 안성 휴게소에 들렀는데 소떡소떡 못 먹고 떡실신해서 잠만 잤다규!! 아악)
가까운 국내 쓰레기 여행에서도 ‘삘’ 팍팍 받고 온답니다. 인천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재활용 선별장, 마포자원회수시설, 음쓰 처리장 등 작년에 떠난 쓰레기 여행에서도 쓰레기 세계에서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마치 담배 꽁초 줍기를 하고 나면 거리에 누워있는 담배가 확대경에 비친 것처럼 눈에 계속 밟히는 것처럼요. 저는 담배 꽁초를 줍고 나서 어떤 것이 눈에 밟힌다는 표현이 얼마나 시적이고 구체적인 감각을 묘사하는 말인지 체감하였습니다. (쓰레기 줍기랑 쓰레기 탐방은 전국민 필수 교과목이 되어야 한다고 이 쓰레기 덕후 외쳐봅니다!!)
저는 한솔제지 하면 강원도 원주에 있는 뮤지엄 산이 떠오르는데요. (추천 추천) 이번 여행에서도 다른 의미로 인상적이어서 이제 종이를 보면 한솔제지를 떠올릴 거 같습니다.
어떤 점이 인상적이었냐면요.
안전 강조!
‘다쳐가면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없다'(feat 는 좋아! 인데 빨간색 강조 표시) 구호가 공장 곳곳에 써져 있었어요. OECD 산재 1위 국가에서 이런 모습, 모범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자세가 근 10년 간 한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 1위를 차지한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정작 저희는 “응? 1위는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그곳 아니었어?” 라며, 이런 사실을 처음 알았지만요. ㅎㅎ (아이고 죄송합니다….)
저희도 공장 내부에 들어가기 전 모두 안전모를 착용하고 들어갔답니다. 어린이 직업체험단 같지 않나요? ^^ 하이바 써본 사람 ㅋㅋ
원료의 90%가 재활용 종이, 폐수와 폐열도 재활용!
대전공장을 간 이유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종이 원료의 90%가 바로 재생용지이기 때문입니다. 여기는 버려진 쓰레기가 없으면 생산이 안 되는 곳이에요. ㅎㅎ 와 신난다!! 실제 야적장에는 품질이 높은 백상지, 이것저것 종이류가 합해져 등급이 낮은 혼합종이들이 쌓여 있었는데요. 한마디로 종이의 산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반가운 스낵면도 보였어요! 공장에서 포장지를 찍어낸 후 남은 자투리 종이도 압축돼 재생공정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백상지, 아래는 혼잡제지
종이 재생 과정
해리 > 초지 > 코팅 > 완정 (점보롤 커팅과 포장)
이렇게 모인 종이는 원료가 되어 코팅이나 인쇄 염료를 벗기는 과정을 거치는데요. 이 해리 과정에서 양면 코팅된 종이는 재활용에 방해가 되어 (멸균팩 등) 꺼린다고 합니다. ㅠㅜ 손으로 쉽게 찢을 수 있는 단면 코팅지는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해리란 종이를 물과 섞어 거대한 믹서기에 돌리는 과정처럼 생각하면 빨리 이해되는데요. 그런데 이때 믹서기를 아무리 돌려도 안 갈아지는 돌덩이가 들어있으면 믹서기만 고장 나겠죠. 그래서 잘 해리가 되는 일반 종이가 재활용 소재로 사용됩니다.
이렇게 해리되어 죽처럼 만든 종이를 판판히 펴서 종이로 만들고 겹겹이 층을 쌓아 초지를 만듭니다. 초지는 프레스에서 물기를 짜내고 스팀으로 말려서 폭 4미터, 길이 12000미터(!!!), 무게 25톤 짜리 거대한 종이 롤로 말립니다. 그래서 물과 에너지를 많이 사용합니다. 한솔제지 대전공장에서는 폐열과 폐수의 50%를 재활용하고 있다고 해요.
초지 공정은 엄청난 열과 소음과 거대한 기계들의 향연이었어요. 눈이 탁 트이는 압도적인 스케일이었는데요. 모두 자동화되어 사람은 컴퓨터로 이 과정을 조정합니다. 이렇게 25톤의 종이롤이 만들어지는데 약 38분이면 된다니, 거대한 산업혁명 공정의 방적 공장이 생각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오늘 BGM은 사계….. 빨간꽃 파란꽃…. 어쩌고 공장은 잘만 돌아간다~~)
그 다음 인쇄가 잘 되도록 겉면에 돌가루 (탄산칼슘)으로 코팅해 표면이 반질반질하게 만들어줍니다. 거대한 종이롤은 적당히 잘린 다음 추수한 들판에서 보이는 둘둘 말아놓은 짚단처럼 쌓입니다.
역시 배달음식 테이크아웃은 안 되겠다!
이렇게 재생종이로 탄생한 종이는 절반은 택배상자로, 나머지 절반은 종이 포장지로 사용되는데요. 카스타드나 오예스 같은 과자 박스를 생각하시면 되어요. 과자박스 손으로 북 찢으면 인쇄된 면 아래 갱지 같은 종이가 보이잖아요. 그게 바로 재생지에요! 반질반질한 표면은 돌가루를 입혀서 예쁘게 알록달록 인쇄가 가능하게 코팅하고요. 이런 종이박스들은 내부가 5층으로 이뤄져 있다고 합니다. 재생된 종이를 척척 5단으로 쌓아 제대로 활용되는 제품을 만든 거죠. 엄청나다…. 멋지다….
종이가 다 이렇게 재활용 된다니 역시 종이는 좀 써도 되겠군. 종이컵 오케이? 종이 트레이 오케이? 이런 마음이 될 찰나, 우리가 먹는 음료나 음식을 담는 용기는 재생종이를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종이컵, 종이 받침접시, 트레이, 우유팩 등이 가장 품질이 좋은 나무를 베어 만든 수입된 천연펄프만 사용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재생지에 담는 것을 꺼려하므로 배달음식 용기, 테이크아웃 컵 등은 모두 숲에서 온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종이 재활용 암만 잘 해도 이런 제품들은 재활용 종이 안 씁니다. 여러분!! 역시 다회용이 대안입니다. 먹는 것이 담긴 최고급 천연펄프를 쓴다는 것은 나무를 베어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저는 천연펄프라고 자랑스레 써져 있는 화장지는 피하는(?) 데요. 똥 닦을 때도 꼭 나무를 벤 휴지를 사용해야 하나요? (소중한 곳에서 천연펄프를 써야 한다면 비데를 사용합시다!) 우유팩을 재활용한 휴지가 더 멋진 광고 문구가 되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면 좋겠어요. (모피 입으면 부끄러운 것처럼 천연펄프 화장지 쓰면 부끄부끄 이렇게…)일부 주민센터에서는 우유팩 수거하면서 그 보상으로 천연펄프 화장지를 주는데요. 아흑… 정말 좀 거시기하지 않나요. 게다가 국방부는 천연펄프 아니면 아예 군대에서 구입을 안 한다고 합니다. (아놔…. ???????????? 킹 받는다)
현재 한솔제지는 최고의 천연펄프로 만든 우유팩을 수거 새로운 고품질 종이 제품을 생산하는 안을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오오!!)
종이도 분리할수록 재활용 질이 높아진다!
재활용이 잘 되지만, 종이별로 분리수거가 세분되면 고품질 고지가 더 많아져서 재활용에 좋다고 합니다. 고품질 고지는 현재 부족한 실정! ㅠㅜㅠ 교과서, 학습지, 책 등은 따로 모으면 고품질 고지가 될 수 있는데요. 책과 종이 택배상자만 분리되어도 질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이 점에서 고물상과 폐지 줍는 분들은 얼마나 열일 하시고 계신가요. 그분들이 종이박스 분리해주시니까요. (우리 제발 택배 상자에서 테이프와 송장은 좀 뗍시다!!)
종이 재활용을 어렵게 하는 경우
종이류 중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케이크 박스에 파라핀 초 넣지 마세요. 파라핀이 해리되는 과정에서 다른 종이까지 모두 망쳐버려요.
✓ 멸균팩은 해리에 시간이 오래 걸리니 멸균팩만 따로 모으는 곳에 분리배출해주세요.
✓ 물에 젖지 않게 내수성 처리한 포장지(포스트잇 등)은 종량제에 버려주세요.
✓ 양면코팅된 종이(먹을 거 담긴 종이류, 카페 테이크아웃 컵 등)도 재활용이 어려워요.
✓ 종이박스에 테이프가 붙은 경우도 접착제가 재활용을 방해하니 떼어주세요.
종이에 종이 분리배출 표시 없어도 재활용 되나요?
한국은 종이 재활용이 90%에 이르는 국가입니다. 실제 한솔제지에서 재생된 종이들에는 오스트레일리아, 러시아 등 수출되는 나라 태그를 달고 있었어요. 그런데 간혹 종이에 분리수거표시가 안 되어 있는 경우가 있어요. 상관없이 재활용 되니 종이류로 잘 분리배출해주시면 되어요. ㅎㅎ
왜 분리배출표시가 없냐면, 종이는 생산자재활용책임제도 EPR 제도 적용을 안 받기 때문입니다. 이 제도 적용을 받는제품만 분리배출 표시를 하거든요. 하지만 왜 안 돼!! 하고 억울해(?) 하지는 마세요. 생산자재활용책임제도는 재활용이 잘 되게 하기 위해 의무 재활용 할당을 하는데요. 이미 종이는 90% 이상 재활용이 되기 때문에 적용 받지 않아도 되는 상황입니다.
폐지가 재활용 안 되고 쌓여 있다면서요?
이렇게 재활용이 잘 된다는데 왜 폐지가 쌓여 있고 폐지값이 폭락했다는 걸까요? 그 이유는 재활용보다는 경기 침제로 인해 종이 수요가 확 줄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플라스틱 포장 대신 재생종이로 만든 포장지로 과감히 기업들이 돌아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플라스틱은 썩지 없지만 종이는 분해와 재활용 면에서 뛰어나기 때문이에요.
종이는 습기와 방수에 약해서 물기가 있거나 습기로부터 약한 제품 포장지로는 적당해보이지 않는데요. 한솔제지는 종이 해리과정에서 얇은 플라스틱 막이 쉽게 떨어져 종이로 재활용이 되는 ‘프로테고’라는 기능성 종이 제품을 만들었다고 해요. 습기에 약한 고체치약이나 원두, 아이스크림을 담아도 끄덕 없는 종이 포장재가 나온 거에요. 종이로 분리배출하면 스르륵 다시 종이 부분이 재활용됩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탈 플라스틱 마케팅 시늉만 하고 실제 산업적인 전환에는 나서지 않아서 이런 기능성 종이 포장지를 쓰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플라스틱 포장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ㅠㅜㅠㅜ (프로테고 판매량이 늘지 않아 슬프시다고…)
알맹상점에서 일하는 저는 이번 쓰레기 여행을 다녀오면서 프로테고 종이로 만든 비누 파우치를 알아봤어요. 안 그래도 종이박스로에 든 알맹상점 비누 중 일부가 장마철에 공기 중 수분을 흡수한 후 갑자기 비 오듯 땀을 흘려서 낭패를 본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프로테고 종이 포장지로 바꿔볼까 해요. 🙂 참 유익한 쓰레기 여행 같으니라고요. 제품 포장지도 바꿔버림…
프로테고 지퍼백, 원두봉투, 드립백 봉투
쓰레기 탐방을 떠난 것 외에는 제품 후원 받지 않았습니다. ㅋㅋ 광고 아님. 걍 제가 찾은 정보 공유해드려요.
https://www.paipack.com/goods/goods_list.php?cateCd=005
쓰레기 여행 만들어주신 서울환경연합, 한솔제지, 한국제지연합회에 감사드려요! 특히 서울환경연합 박정음 활동가!! 짱짱 (비건 반찬까지 싸오심 ㅠㅜㅠㅜ 갬동 -> 나란 인간은 정작 논비건 반찬 먹으며 행복해하던 인간…)
오! 프로테고 링크까지^^ 감동입니다.
ㅎㅎ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