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의 계절이 다가왔다. 코로나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선거 때 비닐장갑이 또 거대하게 버려질 판이다. 이 선거는 대체 비닐장갑 한 장의 가치라도 있는가… 라는 삐딱한 마음이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 마음까지 담아 “그래도 해야지, 선거”라고 썼다.
투표 독려상이 있다면 받고도 남았을 나로서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이 거슬렸다.
“-4와 -3 중 한쪽을 선택하기 위해 투표소까지 가라고 해 봤자, 난 안 간다. 그런 데는.” 그런데 요즘 하루키의 막돼먹은 소리를 곱씹는다.
대관절 이 선거가 비닐장갑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비닐장갑 한 장의 두께를 0.02㎜로 치면 지난 총선 때 63빌딩 7개 높이의 장갑이 버려진 셈이다. 비닐은 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질 때 이산화탄소보다 25배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내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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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마이너스나 뽑자고 투표장에 가고 싶지는 않다. 이번 선거일은 휴무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해야지, 선거. 미국 기후행동단체 ‘선라이즈무브먼트’는 시위든 선거든 둘 다 해야만 한다고 했다.
그래서 소수당 후보들의 기본소득과 차별금지법 같은 정책을 살핀다. 홍보물이 코팅지인지 재생용지인지를 찾아본다. 왜 서울에는 광주광역시의 기후위기대응본부나 충청남도의 ‘탈석탄 금고’가 없는지 분통을 터뜨린다.
‘탈석탄 금고’란 지방정부가 석탄 관련 투자를 철회한 은행에 재정을 맡기는 것이다. 지방정부 중 돈이 제일 많은 서울시 금고를 맡은 신한, 우리, 국민은행 중 국민은행만이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서울시는 2020년 전국 56개 자치단체와 교육청이 참여한 ‘탈석탄 금고’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저번 선거보다 더 나은 후보들이 생겼다.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손상우 미래당 후보는 홍보 현수막을 달지 않았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시장 후보가 직접 실천하고, 선거가 끝나고 나오는 쓰레기를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다.”라고 한다. 소수정당 후보라 가능하다며 가볍게 지나칠 수도 있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소수정당이라 대안을 시험해보고, 그래서 가치 있는 거 아닌가.
또한 그는 “현수막, 일회용 공보물을 쓰지 않고 얼마든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면서 “선거 운동복도 선거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사용하기 위해 조끼에 이름, 기호 스티커를 붙여 입고 있다”고 했단다. 헐, 제발 좀 뽑아주라, 이런 분.
서울 송파구 라선거구에 구의원 도전장을 낸 최지선 미래당 후보도 콩기름으로 명함을 만드는 등 친환경 소재를 선택해 선거 공보물을 만들었다. 그는 자치구에서 ‘제로웨이스트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송파구 쫓아가서 선거운동 하기에는 내가 사는 마포구가 너무 멀어서…. 그저 나는 ‘미래당’을 머리에 새기며 미래당 검색에 들어갔다. 기억하겠어요. 후후
무엇보다 모든 후보가 참여하도록 쓰레기 줄이는 선거를 하도록 최소한의 지침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미래당이 던진 일회용 공보물 없이도 선거가 가능하다는 선언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귓구멍에 닿아야 할 것 같다. 저번에도 시민들의 호소에 재활용 규정 없다면서 사실상 안 하는 듯…. 아 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과 관련 인쇄·시설물에 대한 재활용 규정은 현행 선거법에 없다”며 “관련 규정의 도입 여부는 현행 선거운동 방법과 환경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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