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자원순환 연구기관 리룹Reloop의 손세라 연구원을 통해 따끈따끈한 구라파 일회용기 보증금제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다회용기가 확산되고 일회용기 덜 쓰는 사회를 원한다면~ 가장 효율적이고 확실한 제도는 일회용기 보증금제(DRS) 시행이라는 사실!
보증금제는 일회용품을 수거해 질 높은 재활용이 되게 할뿐더러 보증금이 붙은 일회용기 제품 대신 재사용 용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합니다. 자,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손세라 연구원의 발표자료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음료 용기에 주목하는 이유
수많은 일회용품이 있는데 왜 음료용기만 콕 찍어 보증금을 붙일까요? 그 이유는 위의 슬라이드에 잘 나와 있습니다. 실제 플콕이라는 앱을 통해 가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기록하는 시민 모니터링을 진행한 그린피스에 따르면, 각 가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중 식품 포장재가 78.3%를 차지했습니다. 버려지는 식품 포장재 중 48.1%가 바로 생수 음료수 병이었죠.
이는 기업 브랜드를 따져봐도 쉽게 확인됩니다. 포장재를 가장 많이 배출한 기업은 1위 롯데칠성, 2위 농심, 3위 제주특별자치도개발 (아마도 삼다수….), 4위 코카콜라로 모두 음료를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그러니 가장 먼저 조처를 취해야 하는 우선순위가 바로 음료수 병인 것입니다.
보증금제의 재활용 효과에 대해서는 <<제로웨이스트>>라는 책에 나와 있습니다. 보증금제가 적용되지 않는 영국의 한 폐기물 처리 관리자는 오염된 페트병을 보며 “보증금제가 적용된 페트병은 참 아름다워요. 마치 일일이 손으로 골라낸 것 같잖아요.”라고 말합니다. 보증금제가 적용된 재활용품은 해당 품목만 따로 수거되기 때문에 외부에 오염될 확률이 낮습니다.
보증금제가 적용되는 음료병은 캔, 유리병, 페트병 모두!
슈퍼에 진열된 음료병에는 보증금 마크가 붙어 있습니다.
무인회수기를 통해 90% 이상의 일회용 보증금제 적용 용기가 회수됩니다.
플라스틱뿐 아니라 일회용 유리병 (노르웨이는 유리병은 적용 대상 아님), 캔까지 모두 보증금제의 적용을 받습니다. 일회용 용기에 담긴 음료라면 모두 보증금이 붙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보증금제, 모두에게 이롭다! 경제적으로도 그렇다!
보증금제도 돈이 많이 들고 비싸다고 생각되는데요. 제도가 자리 잡히면 제대로 일회용품을 반납하지 않은 오염 부담자가 돈을 내기 때문에 세금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위의 링크에서 보시듯 노르웨이 중앙 시스템 손익계산서에서도 운영비가 적자가 아닙니다. 바로 미반환 보증금과 재활용 소재를 판매하는 수익금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미반환 보증금이 재활용품으로 일회용품을 반납하지 않은 오염자들이 부담하는 부분입니다. 돈이라고 내는 것이죠!
장기적으로 제조기업은 보증금 제도로 수거된 일회용품만큼 생산자책임재활용(EPR) 분담금을 더 적게 내므로 경제적으로도 오히려 이득입니다. 여기에 미반납 보증금과 고품질 재활용 원료 판매 수익금까지 더해지므로 경제적으로 기업에 손해가 아닙니다. 보증금제가 전국 시행되어 규모의 경제가 갖춰지면 장기적으로 기업에게도 경제적 이익이 발생합니다.
소매점(슈퍼마켓 등)의 경우에도 온라인 쇼핑 대신 용기 반납하러 온 김에 생필품을 구입하는 고객이 생깁니다. 실제 슈퍼들은 이런 유인책으로 무인회수기를 설치해 놓습니다. 독일의 경우 회수기에서 바로 돈이 나오지 않고 영수증이 나오는데요, 그 영수증을 들고 카운터에 가야 보증금을 받으므로 필요한 먹거리나 세제 등을 사서 계산하면서 보증금 환급금만큼 차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독일 이외의 국가에서는 소매점이 빈 용기 취급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용기 반납처로서 수익이 생기는 셈입니다.
슈퍼가 아니라더라고 공공장소에 재활용 정거장이 있어서 용기를 회수하고 보증금을 돌려주기도 합니다. 노르웨이는 보증금이 300~500원 정도이고, 덴마크는 600원 정도인데요. 이 정도 가격이라면 플로깅 해서 음료병 싹쓸이 할 맛이 나지 않겠어요? ^^ 덴마크는 아이스티, 시럽, 주스, 에이드 모두 포함해 보증금제 적용 범위가 넓습니다. 회수율이 독일, 노르웨이, 덴마크 모두 90%가 넘는 이유가 이해가 갑니다.
기후위기의 해법이다
재활용 좋다는 거, 잘 알지만 보증금제가 적용된 일회용품의 재활용은 좀 더 특별합니다. 왜냐면 보증금을 통해 이들만 따로 수거하는 시스템이 있기에 오염이 덜하고 깨끗한 질 높은 재활용품이 모이기 때문입니다.
국내의 경우 페트병이 잘 수거되어도 페트병이 되기는 어렵고 합성섬유로 재활용됩니다. 캔도 재활용률 자체는 높지만 질이 낮아지는 다운사이클링 되어 캔이 아닌 제품이 됩니다. 다시 일회용 페트병과 캔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새 자원이 사용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버려지는 것보다는 훨씬 낫기에 이 정도만 되어도 이산화탄소 저감이니 재활용이니 친환경이라고 치켜세워지는데요. 보증금제가 적용되는 경우 약 96% 캔은 캔으로, 유리병은 유리병으로, 페트병은 다시 페트병이 되는 보틀투보틀 bottle to bottle 재활용이 됩니다. 이거야 말로 찐 재활용! 이렇게 진짜 재활용되면 알루미늄 캔은 새 캔에 비해 95%, 플라스틱 병은 81%, 유리병은 58%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듭니다.
제도가 멋진 시민을 만든다
손세라 연구원은 보증금 용기의 재활용률 98%를 자랑하는 독일에서도 보증금이 적용되지 않는 일회용 컵은 여기저기 버려져 있었다며, 시민의식도 중요하지만 시민의식이 발휘될 수 있게 하는 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유럽도 좀 해야겠죠? 국내에서 시행했다면 유럽에 우리의 컵보증금제를 자랑할 수 있었을 텐데요. ㅠㅜㅠㅜ 힝구
그러한 제도를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의 보증금제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세 나라는 각 사정에 맞춰 보증금제 운영기구나 적용대상 등이 조금씩 다릅니다.
덴마크는 보증금제도 적용 대상이 보증금 제도를 적용하지 않은 채 제품을 출시하면 회사 문 닫아야 될 만큼 강력한 페널티로 입법이 되어있습니다.
반면 노르웨이는 법률에 보증금이 강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대신 환경세가 어마어마합니다. 수거되지 않은 캔/페트 물량(톤)에 대한 비용을 생산자에게 부과하는데 톤당 약 35,000유로로 한화로 약 5,500만 원 정도 됩니다. 페트는 톤당 10,000유로로 1,500만 원 정도 하네요.
그런데 일회용 용기를 95% 달성 시 이 비용을 면제해 주니까 기업들이 죄다 보증금제 하고 싶어 할 수밖에요. 제발 하게 해 주세요…. 더 무서운 것은 환경세 외에 1회용 용기세가 따로 붙어서 기업들이 재사용 용기를 선택하도록 유도합니다.
덴마크 종이컵 마크 : 종이컵이 아니라 플라스틱이니라니까요
덴마크 종이컵에는 위와 같이 종이컵이 플라스틱이 포함되어 있고 무단 투기 시 해양 생태계를 해칠 수 있다고 그림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보증금제를 빠르게 시행하지는 못해도 위와 같은 노력이라도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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