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링 결과] 시장과 마트 40 품목 100여곳 포장 여부 모니터링

나에게 장보기란?

007급 신속 민첩함을 발휘하는 긴장의 순간이자 속도와의 전쟁.

비닐봉지를 뜯는 2초 사이 다른 농산물에 눈길을 주거나 지갑을 꺼내면 끝이다. 정녕 검정 봉다리를 받게 될 지니 마스크가 품절되는 속도로 상인에게 장바구니를 들이밀어야 한다.

또한 고등어, 젓갈, 두부 등을 담기 위해 용기를 바리바리 챙긴다. 처음에는 용기를 챙기는 것이 귀찮았지만 장을 본 후 정리할 필요 없이 그대로 냉장고에 넣으면 돼서 오히려 편하다. 음식물이 묻은 젖은 비닐을 씻어 말릴 필요도 없고 쓰레기도 나오지 않는다. 우리의 류준열 님도 자기 용기에 장을 보면서 #용기내세요 라고 인스타에 올린다.

쓰레기 덕후라서, 플라스틱 프리 활동가라서 용기까지 싸들고 다니네, 라고들 생각하지만 내 몸 편하자고 그런다. 용기를 싸들고 다니면 귀찮을 거라는 생각과 달리 정말로 정리가 넘 편하다. 사실 저는 ‘찐 귀차니스트’입니다.

해외 장터에서 만난 알맹이 농산물

나는 유럽에 가면 직접 장을 보고 밥을 해 먹는데 그때마다 감동한다. 마늘 1통, 양파 2개, 감자 3개, 토마토 2개 등 웬만한 채소와 과일을 낱개로 판다. 심지어 호박을 원하는 무게만큼 잘라준다. 딸기와 블루베리처럼 무르기 쉬운 과일은 종이 계란판 재질의 상자에 담겨 있다.

세제 화장품 같은 공산품은 일회용 용기에 나오지만 농산물은 껍데기 없이 알맹이만 파는 경우가 흔하다. 오래 머물지 않는 여행자라 필요한 만큼만 사서 먹고 음식물 쓰레기를 남지 않아서 좋다.

아무리 노-오-력 해도 쓰레기가 산더미

국내에서는 용기 싸들고 다니는 노가다와 신속 민첩함으로 아무리 ‘노-오-력’해도 쓰레기가 나온다. 농산물을 몇 개씩 모아 비닐에 미리 포장해서 판다. 브로콜리는 랩에 싸여있고 다 못 먹고 종국에 냉장고에서 썩어갈 가지가 5개씩 비닐에 담겨 있다. 먹고 사는 자체가 지구에 민폐랄까.

그래서 ‘쓰레기 덕후’들이 모였다! 이 기회에 용기와 장바구니를 내밀기만 하면 쓰레기 없이 장 볼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직접 따져보기로 했다.

무포장 모니터링 대장정

조사 유형 (총 100곳)

  1. 대형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농협하나로클럽) 28곳
  2. 기업형 SSM (농협하나로마트00점, 이마트에브리데이00점, 홈플러스익스프레스00점, GS슈퍼마켓00점) 17곳
  3. 체인화된 대형슈퍼마켓 (탑마트, 굿모닝마트, 하모니마트, SM마트, FRESH마켓, 바다마트, 한라마트 등) 30곳
  4. 전통시장 (성내시장, 망원시장 등) 12곳
  5. 생활협동조합 및 유기농 매장 (한살림, 아이쿱생협, 두레생협, 행복중심생협 올가 초록마을 등) 13곳
    총 100곳 조사

조시 기간

2020.2.21~3.25 (약 한 달)

조사 지역 (총 100곳)

  • 강원권 – 3곳
  • 경상권 – 13곳
  • 수도권 – 75곳
  • 전라권 – 4곳
  • 제주권 – 3곳
  • 충청권 – 2곳

조사한 대형마트 (28곳)

  • 롯데마트 5곳
  • 이마트 10곳
  • 하나로클럽 4곳
  • 홈플러스 9곳

포장 여부를 조사한 모니터링 품목

조사대상은 필수물가지수에 포함된 쌀, 양파, 당근, 파,  돼지고기, 고등어 등 보편적인 식재료 40종, 총 4,000개 제품이다.

  • 곡물류: 쌀(백미)
  • 육류: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 기타: 소금
  • 신선어개류: 굴, 갈치, 오징어, 고등어, 조개(바지락), 낙지
  • 신선과일류: 바나나, 딸기, 오렌지, 사과, 배, 귤, 감
  • 신선채소류: 배추, 상추, 시금치, 양배추, 깻잎, 부추, 무, 당근, 감자, 고구마, 콩나물, 버슷(느타리 혹은 새송이), 오이, 풋고추, 애호박, 가지, 토마토, 대파, 양파, 마늘, 브로콜리, 생강

모니터링에 참여한 시민들 (총 77명)

최지, 친절한래교, 단아가영, 드림, 이도연, 고금숙(금자), 은, 별다락방, 레몬베리, 서영, 씽, 뚤, 올삐 , 손현민, 톰톰, 청운, 정다경, 에코, 리얼짱가, 김은정-사막여우, 악산, 라니, 류정환, 차화현, 동글둥둥, 도동, 브렌, 뇨쨩, 에코, 써니, 허지운, 김현민, 김지영(짱돌), 쓸실, 한줄기비, 정현, 크루, 클라, 리지, 정다정(두부), 구슬, 다온, Jeong, 희닝, 서람, 시와, 윤윤, 현민아, Moi, 강보람, 김연정 (지구지킴이), **, 현재, 수경이, 쿠쿠, 진수은(수), 김나눔, 황이슬, 온기, 윤성은(으하하), 이해정, 오디, 윤정미, 린, 오리, 김나현, 정채린, 유혜민, 정지혜, 안지혜(유자), 나현, 정, 아영, 오슬기(오복), 차근, 김혜원, 이유경(봄바람) 총 77명

고맙습니다:)

모니터링에 참여한 시민들이 속한 팀

쓰레기덕질, 알맹@망원시장, 제로웨이스트홈카페, 채식평화연대, 쓰레기없는세상을꿈꾸는방, 트래쉬버스터즈, NOFF(노프), 시민, 단체활동가, 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 JPIC, 카카오 프로젝트100 ‘에고에고 에코라이프’

KBS 인터뷰 중이신 대진청과 사장님

모니터링 결과

포장을 거부할 권리를 달라!

포장 없이 살 수 있는 제품은 10%뿐

포장되지 않고 낱개로 구입 가능한 제품이 포장된 제품보다 많은 경우는 딱 4종, 10%로 감자 당근  무 오렌지뿐이다. 포장제품이 많은 품목은 무려 90%였다.

과일 중에서 오로지 수입산(바나나, 오렌지, 자몽 등)만 포장되지 않은 제품이 많았다. 조사자는 “외국산을 사야 제로 웨이스트 할 수 있는 아이러니”라고 통탄한다.

가장 많은 무포장 제품을 살 수 있는 곳은 전통시장

무포장 제품이 가장 많은 유형은 전통시장, 체인화된 동네 슈퍼마켓, 대형마트, 기업형SSM, 유기농 매장 순이었다. 전통시장은 무포장 제품이 84.2%로 많지만 포장 여부가 가게에 따라 품목별로 천차만별이라 무포장을 위해 제각각 다른 가게를 찾아 헤매야 한다. 또한 전통시장은 비닐규제가 없어 가게별로 비닐을 쉽게 사용하며, 소비자가 장바구니를 가져와도 식재료를 검정 봉지에 담은 후 장바구니를 담는 경우가 많아 비닐 사용량이 줄지 않는다. 따라서 전통시장에도 대형마트나 편의점처럼 비닐봉지 규제가 시행되어야 한다.

체인화된 동네 슈퍼마켓과 대형마트는 일부 품목을 포장하지 않은 채 낱개로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나 비닐 롤백을 무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낱개 상품마다 비닐롤백을 사용할 경우 오히려 양에 비해 더 많은 비닐봉지가 쓰일 수 있다. 실제로 모니터링 요원 중 한 명은 닭도리탕을 해 먹는다며 각종 야채를 한 개씩 비닐롤백에 담는 모습을 보고 회의감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농산물의 경우 비닐롤백 대신 얇은 종이봉투나 신문지 등을 비치하거나 개인 당 비닐롤백 제공 개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역설적으로 유기농 매장에서 포장제품 비율이 가장 높았다. 조사자는 “건강한 먹을거리와 환경문제가 상충되는 게 참 슬프다”라고 썼다. 생협 조합원인 나 역시 이 문구를 읽으며 좀 슬펐다. 

마트별 포장재 비교: 똑같은 10개 품목을 샀을 때 기업형 SSM 슈퍼(o마트 000데이)에서는 19개 일회용 포장재 배출
마트별 포장재 비교: 똑같은 10개 품목을 샀을 때 대형마트(홈XXX)에서는 15개 일회용 포장재 배출
마트별 포장재 비교: 똑같은 10개 품목을 샀을 때 전통시장(망*시장)에서는 1개(대파 묶은 끈) 배출
포장을 벗기는 모습
동일한 10가지 품목 장 본 후 배출되는 포장재 비교

대형마트 브랜드별 무포장 점수, 포장도 1등 마트

대형마트 중에서는 하나로클럽,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마트 순으로 무포장 비율이 높았다. 사실 무포장 점수가 가장 높은 하나로클럽도 포장제품이 약 60%를 차지한다. 그러니 다른 마트들은 무슨 말이 필요할까. (버럭) 1등 마트는 포장도 1등인가요. 왜왜!! 잘 팔리면 벌크로 좀 까놓고 팔면 안 되나요?

해외 대형마트는 소비자가 다회용 용기를 가져오면 제품을 담아가도록 하고, 영국의 테스코는 묶음 포장된 참치캔, 스프 등의 제품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슈퍼마켓 체인인 ‘아이슬란드’는 플라스틱 프리 매대를 장만했다. 

제로웨이스트숍, 그리고 포장을 거절할 권리

몇 년 전 해외 ‘제로 웨이스트 숍’에서 별다른 노력 없이 쓰레기 없는 장보기가 가능한 신세계를 보고 말았다. 독일의 제로 웨이스트 숍은 700여 종류의 제품을 포장재 없이 판다. 용기나 장바구니가 없다면 숍에서 구입하거나 빌려쓰면 된다.

각종 채소는 물론 올리브유, 식초, 꿀, 사료, 원두, 간식, 화장품, 세제 등 필요한 물품을 껍데기 없이 알맹이만 덜어서 살 수 있다. 고객은 원하는 만큼 무게를 달아 가격표를 출력한다. 일인 가구도 남기지 않을 만큼 소량씩만 구입할 수 있어서 좋다. 또한 원두나 곡물을 개인별로 도정해주는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정도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신첩민속함으로 단련하고 장바구니와 용기를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며 한 장의 비닐봉다리라도 안 쓰려고 ‘노-오-력’하는 쓰레기 덕후들이라도 포장을 거절할 권리를 달라. 소비자도 변해야 하고 시장과 마트는 더더 변해야 한다. ‘쓰레기 대란’ 싫고 미세 플라스틱 섭취가 거름칙하다면, 방법은 그뿐.

KBS 뉴스 2020.4.22 지구의 날 “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장보기, 가능할까” 방송

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장보기, 가능할까? / KBS뉴스(News)

댓글 4개

  1. 생협, 유기농매장 즐겨 이용하는 1인으로서… 맘이 아프네요. 좋은 자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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