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는 최근 포장재법(PPWR)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사회로 성큼 다가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강력하고 멋진 법이 있는데요. 바로 에코디자인 정책입니다.
보통 제로웨이스트 정책으로 5R 거절하기 Refuse, 줄이기 Reduce, 재사용 Reuse, 재활용 Recycle, 썩히기 Rot 을 드는데요. 이렇게 쓰레기를 줄이려면 애초에 쓰레기가 되지 않게 디자인되는 방향으로 생산해야만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재활용 되지 않게 여러 소재의 플라스틱을 덕지덕지 붙여 놓으면 소비자가 아무리 노오력 해도 재활용할 수 없습니다.
국내 리페어카페인 수리상점 곰손에서 가전제품 수리 시 가장 황당한 물건 해체가 안 되게 생산돼서 분해하려면 물건을 부숴야 하는 경우라고 합니다. 이렇게 물건이 만들어지면 아주 간단한 고장이나 밧데리 교체도 할 수가 없는데요. 이런 제품들이 얼마나 많은지… 수리의 50% 이상이 바로 분해되는지 안 되는지에 달려있다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닙니다.
그래서 에코디자인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리디자인 Redesign’이 제로웨이스트 정책으로 추가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에서는 기후위기를 대응하기 위해 에코디자인 규정 (ESPR)을 발표하였는데요. 에코디자인 규정의 내용과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은 국내 자원효율등급제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유럽연합 에코디자인 규정 Ecodesign for Sustainable Products Regulatio (ESPR)
1) 정의
에코디자인 규정은 제품의 환경적인 측면을 반영하여 제품의 설계, 개발, 제작, 폐기하는 모든 전생애 과정에 거쳐 환경 부담을 최소화하는 규정입니다. 에코디자인 규정이 시행되면 유럽연합 내에서는 에코디자인을 준수한 제품만 판매 유통될 예정입니다.
2) 주요 내용
- 이행 주체: 제품의 생산, 유통, 판매자 모두
- 적용 대상 : 시장에서 판매되는 물리적 상품 모두 (순차적 적용 확대) :
- 완제품으로는 가구, 장난감, 화장품, 세제, 타이어, 의류 및 신발, 페인트, 침대 메트리스, 위생용품 등이 검토 대상
- 원료도 검토 대상에 포함되어 있음. 원료로는 유리, 금속, 플라스틱, 종이류, 알루미늄, 화학제품이 있음
- 적용요건 : 에너지 효율, 자원효율성 (내구성, 수리 가능성, 재활용 용이도, 재활용 소재 포함 비율 등), 정보 제공
- 디지털 여권 : 제품의 에코 디자인 정보를 담은 전자 여권 발급 및 부착
- 미판매 제품 폐기 규제 및 정보 제공 : 판매되지 않은 새 제품의 재고를 폐기할 경우 연간 폐기 제품의 양과 사유를 공개 (중소기업 제외)
자원효율과 재활용 여부, 재고 폐기 여부까지 규정하다니 정말 물건의 전 생애 주기에 걸쳐 제대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교두보가 될 것 같습니다!
3) 주목할 점
가장 주목할 점은
– 내구성과 수리 용이성 항목을 명확히 규정한다는 점!
입니다. 내구성을 검사하고 분해하고 교체할 수 있도록 모듈화하며, 수리용이성 점수를 부여해 공개하고, 예비 부품 이용 가능성 등이 평가 항목에 들어갑니다.
– 재활용 강조!
재활용 가능성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하고, 소비자 사용 후 재활용 소재의 함유율을 표시합니다. (PCR 재활용이라고 하며, 이는 공장 등에서 나오는 재활용 소재가 아니라 실제 소비자가 사용한 후 폐기한 재료를 재활용하였다는 뜻으로, 진짜 재활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새 제품의 폐기 제한!
팔리지도 않은 새 제품의 재고를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까봐, 가격이 떨어질까봐, 재고를 털어 세금을 덜 내기 위해서 등등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특히 의류처럼 유행에 민감하고 유행 주기가 짧아진 경우 재고가 많이 발생하고 엄청난 양을 불태워서 충격을 주는 뉴스가 종종 나왔어요.
대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의 경우 재고를 폐기할 경우 그 양과 사유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자체로서 폐기하는 대신 물품을 기부하거나 재활용, 재사용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게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 디지털 여권 발급
우리가 다른 나라를 갈 때 여권을 통해 존재를 증명하는데요. 에코디자인에서는 제품의 존재를 증명하는 여권도 발급하도록 규정합니다. 위에서 규정한 에코디자인 정보와 식별정보, 제조업체 정보, 원산지, 폐기 방법 등을 어디서든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입니다.
2. 국내 자원효율등급제 소개
국내에서도 유럽연합의 에코디자인과 비슷한 내용을 담아 자원효율등급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원효율등급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원료 : 재생원료, 친환경 소재 포함 여부
2) 제품 생산 : 내구성, 공정 부산물 최소화와 관리
3) 사용 : 수리 용이성, 업그레이드 용이성
4) 재사용 : 교환 부품 공급, 비파괴 분해와 수리를 통해 다시 사용
5) 폐기 : 재활용 용이성, 해체 가능성 등
산업부는 스마트폰과 무선 청소기처럼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제품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자원효율등급제가 시행되며, 에너지 효율등급제처럼 수리용이성 점수가 표시돼 쉽게 수리가 가능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프랑스에서 이미 시행중인데요. 예를 들어 가격은 살짝 더 비싸도 고쳐 쓰기 쉽고 예비 부품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을 골라 오래 오래 잘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10점 만점에서 점수가 낮을수록 수리용이성이 낮으면 빨간색으로 표시되니다. 수리용이성이 5점 내외로 중간이면 노란색, 수리하기 쉬우면 수리용이성 점수가 10점에 가까워지며 녹색으로 표시됩니다. 참 쉽죠?
무선 청소기를 예를 들어볼까요?
에너지 효율등급과 수리용이성 점수… 색깔만 봐도 어떤 제품을 고를지 감이 잡히죠?
시범사업을 넘어 자원효율등급제가 어서 국내에서도 시행될 날을 기다립니다! 지금은 수리가 잘 되는 제품을 사고 싶어도 제품 정보가 없어서 제대로 고르기가 어렵거든요. 소비자의 권리이기도 하고 해외 수출을 위해 대응해야 하는 글로벌 무역 필수 준비이기도 하네요.
참고 자료
관련 글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45151